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 Management)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사소한 버그 픽스(bug fix)까지 모든 업무에 일정을 요구하는 관리자가 있었다. 그의 논리는 사소한 일이라도 일정을 잡고 진행하는 습관을 가지면 계획성 있게 일 진행되고 완료 시점이 예상 가능해서 결론적으로 회사나 개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개인의 일정이 모여서 팀의 일정이 되고 팀의 일정이 모여서 프로젝트의 일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일정 수립과 취합, 관리를 위한 비용을 간과하고 있었다. 모든 업무를 일정기반으로 관리하는게 맞는 것일까?

일정 수립의 비용

예를 들어 “이러한 신규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니 담당자분들은 구현 일정을 보고해 주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작업자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새로 구현해야 하는 업무, 돌발 상황 등을 예측해 예상 일정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할 페널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느슨한 일정을 제시하는 건 나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날짜 하나를 집어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실제로 그 일을 하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정 취합의 비용

우여곡절 끝에 나온 일정들을 받아 든 중간관리자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전체 일정이 데드라인을 넘기는 경우이거나,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경우에는 초과 일정을 제시한 담당자들과 일정 조율에 들어가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으름장을 놓거나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그러면서 관리자와 작업자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생기는 나쁜 감정들은 작업효율을 심각하게 저해시킨다.

일정 관리의 비용

앞서 언급한 일정 취합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인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건강상의 문제, 경조사, 긴급 업무 등 변수들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일정 재수립이 필요하고 이는 승자 없는 협상으로 이어진다. 대부분 노력해 보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일정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인데, 일정을 지키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회사의 손실에 상응하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가 많다. 일정을 강조하는 관리자일수록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하다. 이런 관리자들은 일정 미준수에 대한 페널티가 없으면 다음 프로젝트 때 모럴해저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서 업무상 질책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업무상 질책은 대부분 사기저하로 이어지는 걸 많이 보았다.

앞선 3가지 무형적 비용이 일정 지연에 따른 회사의 금전적 손실보다 작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라면 상기와 같이 Top-Down 방식(업무 하달)으로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인건비는 상당하다. 또한, 개발자의 능력이나 기분, 근무환경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기업문화나 근무환경 개선에 투자하는 비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일정 관리라는 과정 자체가 비용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며, 일정이 타이트(tight)할 수록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게 내 경험이다. 나는 좀 더 스마트한 일정관리 방식이 필요했고, 애자일 방법론(Agile)을 통해서 나름의 합리적 일정관리 솔루션을 찾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있는 팀에 적용한 애자일에 관해 소개하겠다.